머리 위로 쏟아져내리는 이 빛은 감히 인간의 손으로는 막을 수 없고, 잠깐 멈칫한 사이에 손가락 새로 파고들어 사람의 마음을 멋대로, 따스히 적셔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한데, 나는 저 빛에 의해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에 머물러있고 싶었다. 그런 존재였다. 그는, 에도가와 코난은. ...
여느 때와 다름없이 두 사람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로의 호흡이 공기에 녹아들어 혼자있을 때와는 다른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타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었다. 누가 보면 이게 무슨 데이트냐면서 따지고 들만한 광경이긴 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이것이 일상이고, 행복이었다. “커피 마실래?” “좋지.” 침묵을...
충동적이었다. 예정에도 없던 말을 내뱉은 것은. 포와로는 한적했고, 아무 생각 없이 펼쳐든 달력에 그만 떠올려버려서 신경 쓰였다. 코난은 포와로 지정석에 앉아 아무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아무로 씨, 오늘 시간 괜찮아요?” 코난의 물음에 아무로는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지? 급한 일인가. 아무로의 시선에 코난은 멋쩍게 웃...
일 년에 단 하루, 10월 31일은 빌어먹게도 내가 뱀파이어가 되는 유일한 날이다. 남들은 할로윈이라며 즐거워할 때 나는 단 하루도 즐길 수 없었다. 언제 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아마 태어날 때부터 난 뱀파이어였다. 오늘도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나는 혀를 찼다. 인간이라고도 뱀파이어라고도 할 수 없는 존재, 내가 속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그저 속하고 ...
“후루야 씨, 출근 안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나의 말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분명 월요일 아침에는 회의가 있다고-, 설마. “혹시나해서 묻는 건데요.” “뭔데, 코난 군?” “그 사직서, 정말 낸 거에요?” 매일 부르고 다니던 사직서 노래가, 장난이 아니었단 말이야? 어이없는 눈으로 후루야 씨를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크게 끄덕...
언제부터였을까. 기억하려 할수록 어딘가 흐릿해져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문득 내 안에 따스한 빛이 닿았던 그 어느 날의 기억이 내 마음 속 언저리에 남아있을 뿐.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에게 시선을 빼앗긴 건 아주 단순한, 그저 그런 호기심. 그 뿐이었다. 그 다음에 나를 찾아 온 감정은 호감이었다. 어딘지 나와는 다른, 저 편에 사는 듯한 그의 ...
후루야 레이가 죽었다. 테러 협박을 받고 해결하기 위해 나갔다가 그 날, 테러를 막고 홀로 죽었다. 공안 경찰다운 끝이라고 해야 할 지, 아니면 후루야 씨다운 끝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장례식은 조촐하게 이루어졌다. 후루야 씨 책상 위에는 단 한 줄만 쓰여진 유서가 놓여져있었다. ‘조용히 처리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이기적인 사람. 경찰 관계자들 중 ...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며 잠에서 깨지 않고, 너의 이름을 들어도 무덤덤하게 웃을 수 있게 된 것은. 지옥같던 2년의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이제 괜찮아요. 어쩔 수 없었잖아요.” 수 백번 아니, 수 천번은 말했던 것 같다.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나에게 괜찮냐고, 시간이 위로해 줄 것이라 말했다. 정말 시간이 흐르면...
드디어 첫 데이트였다. 사실 그 동안 데이트랍시고 몇 번이나 만났지만, 매번 사건 해결하기에 바빠 제대로 된 데이트는 하지 못했기에 아쉬웠는데, 오늘은 기필코 성공적인 데이트를 하리라 다짐했다. 신이치는 옷 매무새를 다듬고는 심호흡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어쩐지 오늘따라 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분명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음에도. 뭐지? 신이치는...
“지겹다, 또 개강이라니-.” “그러게나 말이다.” “뭐 재밌는 일 없냐?” “‥글세,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심리학과랑 엠티 같이 간다던데.” “심리학과랑? 진짜 뜬금없네.” 카이토는 과대의 말에 웃기는 일이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과대는 피식 웃고는 몰라, 그렇게 됐대. 하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멀어지는 과대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카이토는 전공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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